2015.08.23
작가 이준오의 사인이 든 책을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았다.
언젠지 기억이 안날정도로 예전부터 나는 아이슬란드 노래를 불렀고 다양한 곳을 여행한 만큼이나 왠지모를 아이슬란드에대한 동경이 커져만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슬란드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글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다만 비욕이나 시규어로스의 노래를 듣고 종종 아이슬란드 이미지를 구글링하는 것.
그것이 다일뿐인데 왠지 모르게 아이슬란드를 마지막 여행지로 꼭 가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그랬다. 아이슬란드에 다녀오면 절대적인 고독을 맛볼 수 있을 거란 그런 기대.
누군갈 만나고 헤어짐에서 얻는 그런 고독을 벗어나 그를 뛰어넘는 절대적인 고독감에서
철저히 홀로 대자연의 거대한 존엄성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대 말이다.
언제쯤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안다. 가보진 않았지만 그 곳에서 내가 정말 갈망하는 무언가를 얻을 것같다는 근거없는 확신.
그래 직관.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아이슬란드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그 적은 사람들은 열정적이다. - Wystan Hugh Auden
세계적인 아티스트 시규어로스, 비요크의 출생국. 프로메테우스의 오프닝 시퀀스에 나오는 테티포스(foss는 폭포를 의미한다.)
아이슬란드는 눈부신 자연경관보다 국민의 70퍼센트 이상이 요정을 믿고 있다는 사실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니 오늘 본 풍경들이 아른거렸다. 내 망막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었던 그 광활함이.
누군가에겐 평생의 버킷 리스트이기도 한 이곳이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은 단체 여행지가되기도 하는 거겠지.
이곳엔 너무도 많은 것들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 생각했고, 또 그것을 원해서 왔지만, 이곳에는 내가 생각지 못했던,
아니 그전엔 돌아보려고 조차 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있었다.
심장이 요동쳤다. 나는 참지 못하고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보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어디에도 전해지지않을 외침.
인간은 이 자연앞에서 철저히 부자연스러운 사물이다. 완벽하게 그려진 그림에 묻은 얼룩같은 것이다.
요쿠살론에서 빙하조각을 올린 온더록스를 마실수 있다.
어린시절을 부산에서 보냈다. 서울로올라와 활동을 하기 전까지 부산이라는 도시와 바다는 나에게 지금처럼 낭만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수평선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지곤 했다. 세상의 끝에 몰린 사람같은 기분이 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선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모두 펼쳐낼 자신이 없었다. 철없는 마음에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지던 그곳의 고립감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의 탈출'을 꿈꾸었다.
그 작은 공간을 축으로 나와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 내가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었던 고마운 사람들, 나를 혼자라는 외로움 속에 몰아넣었던 사람들, 그리고 ... 사람들.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얼마간 각오는 했었지만 아이슬란드는 지금껏 가본 그 어떤 곳보다도 낯설고 외로운 곳이었습니다. 익숙한 것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펼쳐지는 풍경들은 모두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었어요. 짧은 낮과 길고 긴 밤, 그리고 흐린 하늘은 여행 내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이 했던 얘기처럼 나는 혼자 있는게 더 어울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었지만 이곳에서의 '혼자'는 그렇게 안락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았습니다.
때론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어요. 비행기가 긴 진동 끝에 지면을 딛고 중력으로부터 나를 떼어내는 순간, 나를 누르고 있던 것들이 나에게서 떨어져 땅바닥위로 흩뿌려지는 듯한 상상. 다시 돌아오면 그 무게들이 어디론가로 깨끗이 사라져있기를 바라는 그런 희망 말이죠.
따지고 보면 거리가 그렇게 빨리 변하는 것, 세상이 너무도 빨리 변하는 것도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일이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해 가야한다는 조바심이 나를 다그쳤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느낀 순간, 나는 외로워져 버렸다.
집으로 돌아가면 분명히 나는 마하의 속도로 달려가는 서울의 시간에 맞추려 다시 허덕이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 수업이 겪었던 '시간이 멈추는 듯한'경험을 다시는 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큰 존재가 아니며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치장에 애쓰는 건 참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떠들던 내가 다시 갖고 싶은 물건들을 천연덕스레 위시리스트에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갔다.
왜인지 나는 분명히 이곳을 다시 찾게될 것이다라는 확시닝 있었다. 내삶에서 이곳을 잊어버리고 사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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