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인도네시아, 롬복 여행 중 읽은 책
주체하기 어려울 만큼 너무나 너무나 가슴이 먹먹했다.
(기내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만큼 건조증을 심각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거다. 댐 )
내게 있었던 여러 많은 아픔들이 다시 살아났다. 너무 많은 책의 모서리를 눌러 접어야 했고 단숨에 읽을 수 없어서 책 표지가 더러워졌다.
여행 내내 수십 페이지씩 나눠 읽다보니 거의 이 주가 꼬박 걸렸다.
각자 스스로 찾아야한다는 실존적 진정성이 뭘까 생각해봤다. 아니 생각해보고있다.
모든 삶의 문장에서 주어가 아닌 직접 목적어가 되는 기분.
나아갈 수 없어도 나아갈 거란 다짐을 하는 것.
과연 씨를 뿌리는자와 열매를 수확하는 자는 다르다는 것.
그가 희망한 것은 가능성없는 완치가 아닌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것이었다는 그 모든 것에 대해서 어렴풋 느낄 수 있었다.
배움(또는 교육)이 먼저냐 경험이 먼저냐에 대해 내가 생각했던 바가 이런 것이다.
경험을 먼저 하게된다면 어떤 것을 체감하게되는데 그 후 교육을 받게되면 (이를테면 이 책을 읽는 것) 내가 경험했던 그 먼지같던 순간 순간들이 바람을 타고 일어나 햇빛에 비춰지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게된다. 결국 둘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나는 항상 이런 사람들이 좋다. 독특한 음색에 강인함과 모질지 않은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동시에 녹아있는 사람.
그리고 어떨땐 쓸쓸하기까지 한 그런 삶에 다채로운 경험이 있는 사람.
짙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사람.
그래서 그런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야망이 큰 내게 부족한건 부단한 노력이다.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어디든 쉬어가며 어디든 녹아들고 쫓을 곳도 없이.
대부분의 야망은 성취되거나 버려졌다. 어느쪽이든 그 야망은 과거의 것이다.
폴에게 벌어진 일은 비극적이었지만 폴이 비극은 아니었다.
나는 죽음과 마주한채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했다.
우리의 정체성은 뇌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그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신체안에서 살 수 밖에없다.
의사는 환자의 기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거나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환자가 원하는 건 의사가 숨기는 과학 지식이 아니라 각자 스스로 찾아야 하는 실존적 진정성이다.
통계를 지나치게 파고드는 건 소금물로 갈증을 해결하려는 것과 같다.
내 몸은 쇠약해졌고, 내가 꿈꿨던 미래와 나 자신의 정체성은 붕괴되었으며 내 환자들이 대면했던 실존적 문제를 나 역시 마주하게 되었다.
브이는 늘 정직하게 전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나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기 전에 먼저 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정체성, 가치관, 무엇이 그의 삶을 가치있게하는지,
또 얼마나 망가져야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두부외상 환자들을 끊임없이 접하다보니, 생사의 순간에 뿜어저 나오는 강렬한 빛에 너무 가까이있으면 그 순간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반응형
'Journal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02 82년생 김지영 (0) | 2018.03.04 |
---|---|
18.01 라틴어 수업, 한동일 (0) | 2018.03.04 |
17.11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0) | 2017.11.23 |
17.08 기획의 정석, 박신영 (0) | 2017.08.07 |
17.07. 채소의 기분, 바다표번의 키스, 무라카미 하루키 (0) | 2017.07.14 |
댓글